Written May 15, 2024

두 번째 날, 어제 술 먹으며 노래 부르던 장어덮밥을 아침 댓바람부터 먹으로 갔다. 9시 정도에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이른 시간부터 장어덮밥과 같이 느끼한 음식을 먹는 우리도 대단했지만, 영업을 이미 하고 있던 가게도 대단한 것 같다. 일본인들은 아침부터 이런 음식이 잘 들어가나 싶었다. 어떤 체인점에 갔는데, 생각보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3000엔 이하였다) 술도 아침부터 팔아서 어젯밤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 덮밥을 먹는 와중에도 일본에 왔으니 먹고 가야할 음식을 생각하다가 교자가 생각나서 다른 행선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교자집을 가기로 했다. 아쉽게도 교자집은 영업전이라 대신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이름 모를 카페에 갔는데, 바리스타 한 명에 이미 중국인 가족인가 어느 동양인 가족이 먼저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다행히 커피맛도 나쁘지 않았고 한 숨 돌리기 딱이었다.

카페인 충전 후 텐진버스터미널에 가서 우리 여행의 주 목적인 쿠로카와를 향해 갔다. 엄청 낡은 버스에 한 번도 쉬지 안 좋고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3시간 동안 달려서 도착했다. 너무 옷을 따뜻하게 입었는지 내렸을 때는 속이 안 좋았다… 🤢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버스 정류장 주변으로 숙소 관계자들이 바글바글했다. 각자 료칸에 예약되어 있는 손님들을 픽업하러 온 거였는데, 우리 료칸 기사님도 금방 오셔서 곧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이름은 쿠로카와 소로, 예약을 조금 늦게하는 바람에 마을에서 조금 외진 숙소였다 (그래봤자 마을이 작아서 한 5분만 걸으면 다른 숙소들 있는 곳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는데 나랑 동환이가 일본어를 조금 해서 직원께서 갑자기 능수능란한 일본어로 막 얘기하셨는데, 다행히 몇 개의 키워드 캐치하면서 무사히 체크인도 하고 숙소 투어도 받았다.

상당히 낡았던 쿠로카와행 버스

상당히 낡았던 쿠로카와행 버스

엄청난 숙소에 기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엄청난 숙소에 기념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다

둘다 료칸은 처음이라 아주 통 크게 갔는데, 숙소를 보는 순간 너무 통 크게 갔나 싶었다 😂 개인 온천에 둘이 쓰기엔 너무나도 큰 방에 그냥 너무 좋았다. 버스를 3시간이 아니라 4-5시간을 타야했다해도 올만한 곳인 것 같았다.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개인 온천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을 탐방 하기 전에도 들어가고 밥을 먹기 전, 먹고 난 후, 아주 원 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

여기가 우리 개인 온천!

여기가 우리 개인 온천!

저녁 시간을 정할 수 있었는데, 우린 7시로 정해서 후다닥 마을의 유일한 슈퍼에 가서 이것저것 사오기로 해서 떠났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마을도 고즈넉하고 공기도 좋고 분위가 자체가 너무 좋았다.

쿠로카와 소 입구! 시골 온천 마을에 걸맞는 입구였다

쿠로카와 소 입구! 시골 온천 마을에 걸맞는 입구였다

시내로 가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마지막에는 슈퍼에서 먹고 싶은 것 전부 사서 저녁 전에 온천욕을 즐겼다 🥵

리락 쿠마 온천 버전. 아쉽게도 가게에선 안 파는 인형이었다

리락 쿠마 온천 버전. 아쉽게도 가게에선 안 파는 인형이었다

지나가는 고양이. 얘도 온천을 좋아할려나?

지나가는 고양이. 얘도 온천을 좋아할려나?

쿠로카와에서 소문난 크림빵 집. 명소답게 줄도 있었다

쿠로카와에서 소문난 크림빵 집. 명소답게 줄도 있었다

마을 내의 유일한 슈퍼. 그 어느 곳보다 분주했던 곳이다. 아마도 매일 같이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조금은 계산하는데에 귀찮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을 내의 유일한 슈퍼. 그 어느 곳보다 분주했던 곳이다. 아마도 매일 같이 오는 관광객들을 상대해서 그런지 조금은 계산하는데에 귀찮아하는 모습이 보였다

슈퍼에서 산 맥주를 마시며 온천욕을 즐기다가 갑자기 저녁 주시는 분이 일찍 오셔서 들어와도 되냐고 하셨다. 그래서 30분만 더 달라고 한 다음에 빨리 마무리하고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

정체 모를 쿠로카와의 현지 맥주. 어디서 가져온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맛 하나는 끝내줬다 (온천 때문일지도…)

정체 모를 쿠로카와의 현지 맥주. 어디서 가져온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맛 하나는 끝내줬다 (온천 때문일지도…)

조금 이따가 다시 들어오셨는데, 오늘 먹을 코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한국어 메뉴판을 주셨다. 무슨 용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둘다 그 분께 니혼고 데키루를 해버리는 바람에 그 이후에는 간단한 설명이 아닌 아주 세세하게 일본어로 음식이 나올 때마다 설명해주셨다.

일본에서 이런 회는 처음이었다. 뭔가 한국에서 파는 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일본에서 이런 회는 처음이었다. 뭔가 한국에서 파는 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게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 중 하나인데, 정말 이 스키야키는 다시 먹고 싶다

이게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 중 하나인데, 정말 이 스키야키는 다시 먹고 싶다

회부터 별의별 음식이 다 나왔는데 몇 가지 내가 못 (안) 먹는 음식 빼고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역시 료칸은 좋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겨울에 한국에 올 일이 있으면 바로 후쿠오카로 날라와서 온천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2시간 정도(?) 저녁 먹으면서 둘이 취한 탓에 막 엉터리 일본어로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낸 후 개인 온천 말고 이 숙소의 온천을 즐겨보기로 했다.

스키야키가 너무 맛있던 탓에 고기도 추가하고 여기에 사케 샘플링까지 해버렸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스키야키가 너무 맛있던 탓에 고기도 추가하고 여기에 사케 샘플링까지 해버렸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아무도 없던 공용 온천. 그 넓은 온천을 둘이서만 쓰니 무슨 왕이라도 된 줄 알았다 👑

아무도 없던 공용 온천. 그 넓은 온천을 둘이서만 쓰니 무슨 왕이라도 된 줄 알았다 👑

온천에 우리 둘 밖에 없어서 완전 제대로 즐기고 왔다. 냉탕, 온탕, 사우나 번갈아 들어가면서 아주 제대로 지졌다. 그렇게 몇 번 하고 나니 아침부터 쌓여온 피로와 술 기운에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 번 누워버렸지만, 그 전에 아주 깔끔한 상태로 저녁 식사 후에 이부자리를 만들어주셨다

한 번 누워버렸지만, 그 전에 아주 깔끔한 상태로 저녁 식사 후에 이부자리를 만들어주셨다

료칸에서의 첫 날이자 마지막 밤 기념 사진!

료칸에서의 첫 날이자 마지막 밤 기념 사진!

내일도 이른 오후까지는 다른 온천들을 갈 수 있다는 걸 알아서 둘다 쓰러지듯 잤다. 일본 여행 중 가장 만족한 하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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